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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노동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최장집



개인적으로는 올 상반기의 책으로 선정하고 싶다. 정치제도로서 사회변동이 이뤄지며전진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던 최장집 교수가, 작년 한해 경향신문과 함께 사회 기저층의 삶을 탐구하고 써낸 이 '르뽀 모음' 과 같은 책은 그의 생각이 '사회 구성원들의 점진적 변동성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변화했음을 말해 주었다. 최장집 교수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 민주화 두 큰 업적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노동자 계층' 에 대한 배려 -- 거시적으로는 분배의 문제, 미시적으로는 개개인의 삶의 질의 문제 -- 가 배제되었다고 보고 있으며 민주화의 수혜자가 결국 기존의 지배계층과, 민주주의 투쟁의 지도층 - 7~80년대 학생운동 세력과 대학생 - 에 국한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90년대 이후 사회로 나간 세력 (386 이후의 세대와 현재의 2~30대) 들은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지만 노동을 통한 삶의 존엄은 쟁취하지 못하였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88만원 세대론이라든지, 청년들의 힐링 열풍 등도 이런 진단 속에서 풀어낼 수 있다. 최장집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적 시민권' 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공동체 안의 도덕적인 가치를 사회정치적으로 실현하는 게 그 요체인데, 어찌되었든 이 거대한 담론을 실현시키는데는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갈 듯 하다는 데서 한숨 한번 쉬어본다.


(201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