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인 굴드가 쓴 책인데, 특이하게 이 책은 야구 덕후들의 필수 도서다.
데이터를 통한 야구의 진화를 진화생물학 이론에 적용해 규명하려는 시도를 한 책이기 때문인데
사실은 만만찮은 야구 매니아인 (절대 덕후는 아닐거다....) 나도 이 책의 존재만 알고 읽진 않았었다.
그러다가 지지난달에 정재승 교수가 주도했던 '백인천 프로젝트' 에 대한 책을 읽고 '풀하우스' 를 읽어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백인천 프로젝트'는 "왜 한국에 더이상 4할타자가 나오지 않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세이버매트릭스적 규명을 하려 한 책인데
사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이 책에서 시도한 것을 KBO에 데이터에 그대로 적용한 것에 불과하다.
요점은, 4할타자가 더이상 나오지 않는 이유는, 타자들이 테드 윌리암스나 백인천 시절보다 실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리그의 실력이 평균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2할 밑의 타자들과 4할 가까운 타자들이 모두 적어지고 (양 측면의 꼬리가 잘렸다는 표현을 이 책에서는 한다)
2할 6푼이라는 오랜 기간 일정한 리그 평균에 수렴해 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진보'가 아닌 '진화'적 측면에서 타당한 결론.
마찬가지로 투수의 경우에도 더 이상 1.5 이하의 방어율을 기록하는 경우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1968년의 밥 깁슨 (1.12) 이 예외적인데,
이 해에는 타율 1위가 0.301 였을 정도로 투고타져였고, 결국 시즌 후에 마운드의 높이를 내리는 조정이 이뤄졌다.
(어떤 면에서는 올해 커쇼가 정말 대단한 거..)
야구 이외에도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말(horse), 박테리아 등이 있는데, 역시 이론 적용의 관점은 동일하다.
가장 크게 와닿은 것은, 결코 진화라는 것이 '진보함, 혹은 더 나아졌음' 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인류의, 그리고 지구 생물의 역사를 아주 거시적으로 볼 때 진보의 존재를 강하게 느낄 수 밖에 없고 그것이 생명의 동력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란 점.
(2013.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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