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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1913년 세기의 여름' 플로리안 일리스




여러 면에서 대단한 책이다. 마치 우디 알렌의 '미드나잇 인 파리' 를 책으로 접하는 느낌.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3년, 이 해가 대단한 이유를 저자는 옴니버스 영화처럼 펼쳐 놨다. 

특별한 이 해, 1913년에는 유럽 근대소설의 가장 중요한 두 개의 단편, 카프카의 '변신'과 토머스 만의 '베네치아에서 죽음' 이 집필된 해이며 ('변신'은 1915년 출간)

화가 오스카 코코슈카가 몇 해 전 죽은 구스타프 말러의 부인 알마 말러 (비엔나 최고의 미인이었다는 그 녀!) 와 비엔나 최고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바람의 신부' 라는 대작을 완성한 해이고

마르셸 뒤상이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 를 완성하며 미술계에 충격을 안겨준 뒤 그림을 그만두고 자전거 바퀴를 돌리던 해이며 (이 자전거 바퀴가 바로 현대미술의 중요한 시작점인 레디메이드 예술을 탄생시킨 모티브였다)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첫 권을 내면서 의식을 따라 이동하는 새로운 소설 기법으로 리얼리즘 기조를 탈피한 해고

스트라빈스키가 파리에서 그 유명한 '봄의 제전' 을 초연하며 음악계에 충격을 안겨준 해였다. 

빈에서는 스탈린과 히틀러, 티토 아직 여물지 못한 이 세 명의 폭정자들이 동시에 머물렀다.

또한 알베르 카뮈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그 모든 사건과, 인물들을 연결시킨다. 

카프카, 토머스 만, 히틀러, 스탈린, 티토, 거트루드 스타인, 알마 말러, 오스카 코코슈카, 쇤베르크, 뒤샹, 칸딘스키, 프루스트, 프로이트, 융, 막스 베버, 그로피우스, 켈러만, 슈바이처, 아인슈타인, 카미유 클로델, 피카소, 클림트, 에곤 실레, 로베르트 무질, 레닌, 막심 고리키, 트로츠키, 라이너 마리아 릴케, 헤르만 헤세, 브라크, 슈펭글러, 에른스트 융거, 루이 암스트롱, 베르톨트 브레히트, 앙드레 지드, 스트라빈스키, 니진스키, 드뷔시, 장 콕토, 코코 샤넬, 모리스 라벨, 케테 콜비츠, 찰리 채플린, 버지니아 울프, 발터 벤야민, 키르히너, 제임스 조이스, DH 로런스.. 

이 모든 정치, 음악, 문학, 철학, 심리학, 의학을 넘나드는 당대의 인물들의 삶을 1913년이라는 시간의 칼로 분절하여 속을 열어보는 느낌이다. 

그리고 결국 2013년이라는 현재가 1913년의 것들에 강한 영향을 받고 있으며 오늘이 또다른 100년 후의 거울이 될 것이라는 고민도 던져준다. 

올해는 또 무엇이 창조될 것인가. 그리고 그대는 무엇을 창조하고 있는가. 이 대답을 요구하는 책. 

(2013.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