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진행된 '백인천 프로젝트' 는 '왜 한국 야구에서 4할타자가 나오지 않는가' 를 집단 지성의 힘으로 풀어보고 논문을 발행하는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뭐 사실 중급 야덕의 눈으로 볼 땐 망한 프로젝트다 ㅎㅎ 사공은 많고 결론은 뻔해, 결국 참여한 58인의 네트워크 설정에 더 의의를 두는게 맞지 않나 (천관율 기자도 그리 지적하고 있다) 싶기도 하다.
다만, 이 프로젝트에서 나온 결과물이 야구학회의 창립까지 이어지고, 거기서 더 수준 높은 논문과 야덕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된다면 이 '백인천 프로젝트' 는 더 큰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싶다.
다시 돌아와서, 이 프로젝트가 나오게 된 '왜 4할타자는 나오지 않는가' 는 질문은 사실 답이 정해져 있었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주장한 '리그라는 생태계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 되어 '끄트머리'가 없어져서 더이상 1할 타자도, 4할타자도 나오지 않게 된다' 는 가설을 한국 야구 판에서 검증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논증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검증의 문제로 프로젝트의 목표가 모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안정화된 생태계인 메이저리그에서도 B.J 업튼이나 댄 어글라 같은 애들은 뭐라 해야 되는지..2할 달성은 안드로메다인 이들이 메이저 로스터에 계속 있는 건 메이저리그 생태계에 비즈니스적 요소가 과하게 침투한 탓인가.. 아니면 타율보다는 좀더 세분화된 세이버 요소들이 그들의 생존을 가능케 하는 것인가.. 그렇다고 보기엔 둘 다 아담 던 처럼 OPS형 타자들도 아니고 말이다..)
여튼, 연구팀의 결론은 한국 야구 30년 동안 투수보다 타자의 수준이 미세하게나마 상승하고 있으며 메이저보다는 조금 높은 타율수준에서 (실력수준이 아닌) 생태 안정화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4할타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수많은 타자들이 장효조, 백인천, 이종범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다.
근데 한때 세이버에 빠져 허우적대던 나로서는.. 이 책의 앞 1/3 만 이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과 통계적 분석에 대한 설명이고.. 나머지는 야구 용어 설명과 선수들 인터뷰였다는 건 조금 불만이다.
여튼 야덕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2013.10.9)
'사회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것은 기억과의 전쟁이다' 김동춘 (0) | 2013.12.23 |
---|---|
'안나와디의 아이들' 캐서린 부 (0) | 2013.12.23 |
'멈춰라 생각하라' 슬라보예 지젝 (0) | 2013.12.23 |
'병원 장사' 김기태 (0) | 2013.12.23 |
'청춘 착취자들' 로스 펄린 (0) | 2013.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