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과학

'그들은 어떻게 주사파가 되었는가' 이명준




저자는 대략 96~97학번 쯤으로 보이는데, mlbpark 불펜에 2년전 연재하며 화제가 됐던 글을 묶어서 책으로 냈다.
문득 이석기 사태 이후 그 글을 다시 읽고 싶어서 불펜에 갔더니 삭제가 되어 있어서 책을 사버림. 
이 책을 쓴 이명준씨는 NL에 아주 깊게 몸을 담았던 (그러나 본인의 주장으로는 때론 아주 비판적이었던 문제성원이었다고) 운동가로서 90년대 말 한총련이 형성되고, 이적단체로 지정되며 지상-지하 운동을 병행할 때의 학생 운동-학생회 운동의 모습을 가장 잘 알고있던 사람 중 하나다. 그리고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시점에 그는 '왜' 가 아니라 '어떻게' 그들이 주사파가 되었는지를 신입생이 들어오고, 선배들과 관계를 맺고, 교화되고 교육받고 성장하면서 생기는 수많은 현장의 모습을 다시 꺼내어 펼쳐 놓으며 설명한다. 
주사파 집단의 비논리성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결론적으로 이해가 갈 수가 없는 주사파의 형성에 어떤 함정들이 숨어 있는지, 어떤 집단논리와 구성방식이 작동하는지 실체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대략 이해가 가는 것은, 왜 주사파에서도 가장 전위에 있던 이들이 동시에 극우로 쉽게 돌아설수 있었는지 (그 비논리성의 공통성도!) 이다. 또한 NL이 어떻게 해서 대학 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도 알 수 있다. 그 무시무시한 추진력과 통일성에서 그들이 싸워왔던 전체주의 정권과의 동질성도 느껴진다. 

쉽게 읽히는 책이고, 아마도 05~06학번 정도까지는 비슷한 대학 문화가 남아 있었을 것이므로 공감하면서 읽혀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2013.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