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숙 선생이 쓴 클래식과 다른 예술의 앙상블에 대한 책. 작년에는 클래식 음악과 영화에 대한 책 (영화와 클래식 (http://durl.me/6ks4jq) 을 읽었는데 이번에는 미술과 클래식에 관한 것이다.
음악과 미술을 모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쉽고 흥미있게 볼 수 있는 토픽들이 등장한다. 모든 챕터를 소개할 수는 없으니 조금만 요약해 본다.
먼저 관심을 끈 부분은 잘 알려진 스트라빈스키의 '불의 제전'과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의 공통점을 탐구하는 과정이다. 원근법과 명암을 무시하고 원시적인 이미지를 강하게 던져 사람들의 비판을 샀던 피카소의 작품과, 음계와 화음, 기존의 발레 문법을 떠나 모든 것을 재창조한 스트라빈스키의 발레는 아주 크게 닮아있다. (우디 알렌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에도 나온, 당시 파리 예술가들의 대모 거트루트 스타인의 집에서 이 두사람은 아마 많은 영향을 주고 받았을 것이다.)
또한 저자는 앙리-툴루즈 로트렉의 포스터풍 그림과, 조지 거슈인의 재즈풍 클래식이 닮아있다고 말한다.
매우 동감하는 바인데, 주류의 문화와-당시 떠오르고 있지만 약간은 이단처럼 취급된 새로운 장르를 훌륭하게 접목해 새로운 문화양식을 창조하고 호평받은 (물론 로트렉의 죽음은 불행한 편이었지만..) 데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와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지진 않은 화가인)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그림을 연결시킨 부분도 굉장히 설득력 있는 부분이다. 약간은 허무한 늦가을에서 겨울로 이행하는 그 하강의 이미지를 슈베르트는 음악에서, 프리드리히는 그림에서 그려낸 것이다. 특히 프리드리히의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 라는 그림 (http://en.wikipedia.org/wiki/Wanderer_above_the_Sea_of_Fog) 이 눈에 띄기도 한다. 산 정상에 오른 남자의 뒷모습이 왠지 허무하면서도 씁쓸해 보인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으며, 수많은 메시지를 던지고야 마는 그 어두운 뒷모습에서 슈베르트의 외로운 선율이 떠오르는 건 자연스러울 것이다. Decca 에서 발매한 마우리찌오 폴리니의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 음반 표지가 바로 이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 이다 (http://durl.me/6ks5fo). 내가 소장하고 있는 앨범이라 더 눈에 띄었을까. 하지만 폴리니의 다른 슈베르트 녹음에도 프리드리히의 그림이 표지로 많이 쓰이고 있다.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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