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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논리적 언어 철학적 대화' 장 클로드 피게




이성복 시인의 '그 여름의 끝' 을 읽고 해설을 찾아보다가 이런 구절이 나왔다. 

'사랑과 고통의 체험을 가진 사람만이 음악을 이해한다' - 장 클로드 피게- 
이 문구가 이성복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말이다.
음악이란 시와 노래와 삶을 아울러 표현하는 것이고,
이성복에게 있어 음악을 이해한다는 것은 노래를 부른다는 것과 동의어이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장 클로드 피게라는 프랑스 미학자의 책을. 
우리나라에는 단 한권, '논리적 언어 철학적 대화' 라는 '철학작품' 의 의미에 성격에 대한 소고가 번역되어 있었다. 
(원제는 L'oeuvre de philosophie, 즉 '철학 작품' 이라는 간단한 제목)
그리고, 1993년에 발간된 이 책은 2쇄로 발행이 중지됐고 모든 서점에서 절판이 돼 있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는 만원이 넘게 팔고 있더라.. (원가 5천원) 
어쨌튼 구매함. 그리고 읽음. 

이 책은 텍스트로서 구현된 철학이라는 것이 '과학' 에 가까운 것인지 '예술'에 가까운 것인지
언어철학적 규명을 시도하는 책이다. (어느 쪽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결론적으로 두 가지 과정의 접점을 찾아내 '번역적인 것' 이라는 --아마 역자가 굉장히 이름짓기 힘들었을 듯-- 명명을 한다)
어쨌튼 굉장히 고난이도의 언어철학 개념들을 분석하는 책이기에, 관심 있었던 '예술로서의 철학 텍스트' (바로 이성복의 시에서 찾아낼 수 있는 부분) 몇 가지만 발췌.

"예술적인 타입의 사람을 언제나 전체에서 세부를 향해 나아간다"
"시인은 이미지에 따라 생각하고, 과학자는 개념에 따라 생각한다. 철학자는 이미지와 개념의 양쪽 수단을 모두 이용한다"
>> 이성복은 예외적으로 철학자에 가까운 시인이 아닐까. 그는 불친절한 시인이 아니며, 끊임없이 세부의 묘사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2013.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