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영 선생의 1994년 출간 단편소설집.
거의 모든 소설이 4.3을 소재로 해 쓰고 계신 현기영 선생의 이전 작품은 4.3 이 무엇인지, 제주인들의 아픔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리는데 큰 의의가 있었다면 이 소설집은 더 진일보한 문학적 아름다움까지 갖추고 있다.
'마지막 테우리' 에서는 제주의 중산간과 오름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모습 속에 깃든 피와 아픔을 이야기 한다. 글로서 묘사하는 제주의 푸르름이 어찌나 아름답고 또 아픈지 모르겠다. 이 작품의 간접 화자로 젊은 사진가 청년이 등장하는데, 중산간을 돌아다니고 노인들과 말벗하며 사진을 찍는다는 점에서 김영갑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겠다.
'거룩한 생애'는 일제시대에 태어나 4.3의 광풍에 휘말려 죽는 한 해녀의 일생을 다룬 소설이다. 제주 여인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고되었는지, 물질을 하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산 이의 운명이란 무엇인지, 왜 제주인들은 그렇게 아팠는지를 이 한 여인의 일대기 안에 처절하게 녹여냈다.
'쇠와 살'은 단편소설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눈물어린 사자후이다. 제주가 가진 아픔을 대변하듯 하나 하나의 상황들을 제시하고 그 사건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포효하듯 토해냈다. 제주 출신 독자라면 이 단편을 읽어나가면서 분명히 중간중간 숨을 고르며 분노를 다스리길 반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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