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의 새 소설집. (2013년 9월 출판)
통속적인 소재들 (접촉사고 시비, 선, 옛 연인) 을 가지고 이렇게까지 쓸 수 있는 사람은 성석제밖에 없을 거다. 유쾌하면서도 은근히 짜증을 유발하는 캐릭터들, 답답한 감정을 이입시키는 주인공들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친구같은, 혹은 바로 나 자신 같은 느낌을 준다.
예를 들면 소설집의 제목이 된 '이 인간이 정말' 은 선을 보러 온 남녀의 대화를 그려낸다. 마치 꼰대처럼 여자의 미모를 입에 침도 안 마른채 칭송하는 남자. 와인과 음식을 시키고 여자의 반응을 보지만 여자는 말이 없고 남자 혼자 계속해서 말을 쏟아낸다. 땅 이야기, 소고기 이야기, 새우 이야기, 기후 이야기, 스테이크 이야기, 대장균 이야기, 우유 이야기, 닭 이야기, 제초제 이야기, 인도 이야기, 중국 이야기 등등을 쉴새 없이 이야기 하는 남자는 결국 제 풀에 지쳐서 떠나고 여자는 그제야 한 마디를 꺼낸다.
"됐다 새끼야, 제발 그만 좀 해라"
이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성석제 식의 유쾌한 과장으로 풀어내는 술법이 너무 흥미롭고 재밌다.
2014년 1월
'소설 > 한국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지막 테우리' 현기영 (0) | 2014.02.03 |
---|---|
'도시와 나' 성석제 외 (0) | 2014.01.17 |
'혀 끝의 남자' 백민석 (0) | 2014.01.06 |
'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0) | 2014.01.03 |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0) | 2013.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