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탄생 100주년 이라는 마일스톤에 다다른 까뮈 작품을 이제부터 다시 읽어보기 시작. 창비 번역판으로 접해봄. (창비 번역이 고집스런 면이 있어서 좋기도, 어렵기도 함)
까뮈는 '전락' 을 출판한 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부조리' 와 '반항' 의 사상이 이 소설의 주인공 끌라망스에 집약되어 나타나 있다. 속죄판사라는 부조리한 직업을 통해 이도저도 못하면서 궤변에 중독된 나약한 인간의 허무함을 그려낸다. 하지만 까뮈에게 이 허무함은 인간의 존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본질적 모순이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 모순에 반항하며 생을 지켜내고, 죽음에 이르러서는 의연한 표정을 짓는, 당대의 이상향을 '전락'을 통해 완성해 낸 것이다.
어쩌면 1956년에 펴낸 '전락'은 까뮈 문학 세계의 피크였다고도 할 것이다. 시지프의 신화에서 그가 표현했던 것처럼 이 작품을 기점으로 '정상'에 이르른 그는 돌을 바닥으로 떨어뜨린 후 다시 처음부터 정상으로 그것을 밀고 올라가는 영원한 반복의 한 단계에 있었을 것이다. 다만 이 작품의 제목처럼 전락한 채로 다시는 올라오지 못했다. 1960년 죽음이 그를 또다른 영원한 세계로 데려갔기 때문이다.
(201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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