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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프랑스소설

'파리의 노트르담' 빅토르 위고




흔히 노틀담의 곱추로 알려진 이 작품은 뮤지컬로 더 유명할 듯. 그러나, 최근 제작되는 뮤지컬들은 노트르담 드 파리 라는 원전의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이 더 이 소설의 캐릭터들을 적확하게 요약할 수 있는 방법일 듯 싶다. 번역자 정기수 선생은 '이 소설의 유일한 살아있고 주체적인 캐릭터는 노트르담 성당 하나 뿐' 이라 말하는데, 그것은 곱추 카지모도를 너무나 동정의 대상으로만, 모든 사건의 중심으로만 놓는 뮤지컬들에 대한 불편함으로 비추어진다. 실제로 소설에서는 곱추 카지모도도, 에스메랄다도, 그랭쿠르아도, 프롤로도, 페뷔스의 캐릭터도 모두가 기괴하며 불안정하고 열정과 현실의 경계를 불안하게 타고 넘나드는 중세 파리지앵의 한 단면들을 말할 뿐이다. 오직 노트르담 성당, 그 신비하고 거대한 시테섬의 거인만이 모두를 바라보며 변함없이 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위고의 소설은 철저한 고증의 소설이기도 하다. 16세기, 르네상스를 맞기 직전의 불안한 파리의 귀족들, 군인들, 집시들, 거지들, 성직자들의 생활사를 그림같이 재현했고, 노트르담 성당과 시장, 골목 등 건축과 도시공학적인 복원도 훌륭히 이뤄냈다. 당시의 문학과 예술을 주도한 사조, 인물에 대해서도 사료 못지않은 서술을 보여준다. (물론, 수많은 연대의 오류와 잘못된 팩트도 함께 기록되어 있기에, 후대인들이 위고의 소설을 해독하는데 꽤 골치아팠을 것이라) 이런 위고의 소설은 서사와 플롯 뿐 아니라 고증과 시대묘사에도 많은 장을 할애해, 민음사 번역판은 1-2권 합쳐 일천 페이지가 넘어간다. 아마 움베르토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같은 느낌을 받은 독자들이 꽤 있었으리라. 

파리의 노트르담이 고전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현대에 새로운 예술의 형태로 재창조되고 사랑받는 이유는, 어쨌든 저 화려한 고증 보단, 소설 속 미친 사랑의 열정이 가지는 슬픔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랑의 숙명(숙명이란 단어는 이 소설에서 가장 큰, 논리를 초월하는 중심 키워드로 등장한다) 에 의해 카지모도도, 에스메랄다도, 프롤로도 비탄의 운명 속에 빠지게 되고 그것이 어쩌면 중세의 암흑을 벗어나려는 파리인들의 초상이 아니었을까. 

(201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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