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놀라운 책이다. 에드워드 사이드와 다니엘 바렌보임이 여덟번에 걸쳐 진행한 대담집인 이 책은, 여러 측면에서 위대하고 진보적인 가치들을 담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유태인 바렌보임과,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인 사이드의 운명적 교차와 만남에 주목하자. 1952년 이스라엘 건국과 동시에 열일곱살의 사이드는 고향을 떠나 카이로로 가야 했고, 열살의 바렌보임은 그들 조상의 고향 예루살렘으로 이주해 온다. 같은 셈족의 후예이며, 같은 고향이란 공간을 가지고 있지만 가장 첨예하게 대립해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운명 속에서. 1990년대 초반 우연히 마주해 음악과 정치,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공감의 영역을 넒히며 우정을 키워 온 이 두 사람의 대화는 그래서 아주 중요한 역사적 상징성을지닌다.
또한, 음악에 대한 분석과 영감이 뛰어난 문화사회학자 사이드와, 정치적-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휘자 바렌보임이 이야기하는 음악의 본질과 정치성, 바그너 음악의 가치, 그리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뿐만 아니라 더넓은 세계적 공간에서 음악이 위력을 가질 수 있는 조화와 협력의 본질 등은 그 자체로 훌륭한 텍스트가 되어 있다.
"정치적으로 옳다 라는 말은 이미 철학적으로는 틀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타협을 의미하니까요" - 바렌보임
"세상 모든 것이 다른 요소들과 접촉하며 변하고, 상업화 되어가는 와중에, 아마도 음악이야말로 어떤 심오한 측면에서 가장 마지막 저항이 아닐까 싶습니다." - 사이드
"음악이 내게 매우 중요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유는 그것이 모든 것인 동시에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는 법을 배우고자 한다면, 오케스트라에 참여해서 연주를 해 보면 된다." - 바렌보임
"음악은 잠재적으로 우리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술 형식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아폴론적인 요소와 디오니소스적인 요소가 함께 통합되면서 그 어떤 예술보다도 가장 강력하며 또 필연적으로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음악이 가진 역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사이드
(201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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