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타 브루크너는 폴란드계 영국인으로, 쉰 살이 넘어서 취미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가 '제인 오스틴의 계보를 잇는 작가' 란 호칭까지 얻은 작가이다. 이 소설 '호텔 뒤 락' 으로 1984년 부커상을 받았다.
내게는 이 소설이 제인 오스틴의 소설보다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개츠비 뒤에 놓아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개츠비가 1900년대 초반 미국 졸부들을 중심으로 벌어진 일상의 당황스러움, 이질적인 표상들, 한계가 보이는 사랑과 아이러니를 다루고 있다면, '호텔 뒤 락' 은 화자를 이디스라는 여성으로 바꾸고 시대를 1960년대로 전환한 개츠비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의 분신처럼 보이는 작중 화자 이디스 (소설가로 설정) 는 본인의 이미지를 '버지니아 울프' 와 동일시하는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는 브루크너도 제인 오스틴과 버지니아 울프의 연장선상에 자신을 놓고 있긴 한 것으로 생각되긴 한다.
'호텔 뒤 락' 은 치밀한 내면 묘사가 두드러지고, 당대 여성의 혼란스러운 자아를 잘 표현한 작품이다. 개인적 행복이 보장되는 결혼을 마다하고 도망치듯 프랑스 시골 호텔로 온 주인공은 자신이 피한 '개인적 행복 (마치 아이 앞에 던져진 달콤한 사탕과 같은)' 을 즐기는 부자들과 마주치며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을지를 고심한다. 종내는 사랑없이 한 남자에게 청혼까지 받고 승낙할 듯 하다가 거절하며, 사회적 성공과 개인적 행복의 양갈래에서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채 공전한다. 이는 실제로 브루크너의 표상이기도 하고, 당대의 여성들에 대한 비판적 묘사이기도 하다.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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