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겨레문학상 수상 장편.
정리해고 당한 주인공은 마늘을 까고 인형눈을 붙이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다가 동물원에 일자리를 얻는다. 그런데 동물원에서 하는 일은 고릴라 옷을 입고 진짜 고릴라가 되는 것이었는데..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니다. 인간이 고릴라가 되는 설정이 아니라, '고릴라의 탈을 쓴 인간' 이라는 단도직입적이면서 동시에 풍자적인 방식을 채택해 현대 한국사회의 잔혹성과 비인간성을 드러내려고 시도한다.
소설 속에는 9급공무원, 고시생, 구조조정, 정리해고, 최저임금, 차상위계층, 탈북자 등 다양한 계층의 일상과 삶이 녹여져 있다. 자본주의 뿐 아니라 사회체제의 허술한 부분과, 삶의 씁쓸함/허무함을 멋지게 풍자한 소설.
다만 마무리가 아쉽다. 작가는 언젠가부터 희망을 주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강변하지만, 거짓 희망은 없으니만 못하기에.
# 원주로 향하는 무궁화호 입석 기차에서 이 소설을 모두 읽고 닫았다. 마지막으로 펼친 '작가의 말'에 '이 소설을 원주에서 썼다' 는 내용이 있었다.
(201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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