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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한국소설

'능력자' 최민석



작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유머러스한 문체로 전개되는 소설은, 마치 몇 년 전 인터넷 게시판에서 필력을 자랑하던 이가 데뷔한 듯한 유쾌한 느낌. 주인공은 곤궁한 생활에 시달리며 야설을 써서 겨우 연명하고, 몰락한 정신병자인 전직 복싱 세계챔피언의 자서전을 쓰는 소설가. 

눈물나게 키득거린 몇 부분 (눈물나려면 맥락이 중요하다!)

"네가 야설을 쓰게 될 것은 창세 이전부터 정해진 일이다"

'소설에는 단 한가지 문제점밖에 없었다. 취재에만 5년이 걸린다....이런 식으로 위대한 문학가의 탄생은 점차 미뤄지는 것이다'

'본시 명작과 위대한 서사는 모두 긴 법이다'

그리고,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정말 빵 터져버렸다. 

'나는 이 소설이 내 정신적 자위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런 점에서 그저 나를 위로하기 위해 쓴 소설이 출판되어 당신의 시간과 금전을 쓰게 했다는 점에 깊이 사과드린다... 더한 사과라도 드릴 테니, 악평은 부디 블로그에 비공개로 쓰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제 사진을 과녁삼아 다트를 던지셔도 좋습니다. 그러한 용도로 겉표지에 제 사진이 친절하게도 인쇄돼 있습니다'

'한 가지 당부하자면, 앞으로도 저의 에세이와 소설을 꾸준히 사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헌신적인 구매가 없다면 저 같은 신인 작가는 먹고살기 힘듭니다. (나는 왜 비굴하게 하필 여기서만 존댓말을 쓰는가! 다시 말하자면 이것이 신인 작가의 자세다!) 선생님의 유니세프같은 동정심이 죽어가는 한 신인 작가의 생명을 연장시킵니다'

작가의 말에서 또한 잔잔히 마음을 울려 공유하고 싶은 부분

'글을 쓰는 동안 내가 생각했던 점은 단 하나였다. 상황이 아무리 질퍽할지라도 웃음을 잃지 말자. 건강을 잃고 친구를 잃고 연인을 잃고 가족을 잃을 수도 있겠지만, 웃음을 잃지는 말자. 삶은 어차피 고통과 동행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 웃음을 잃는다면 생 자체를 잃는 것이다.

끝으로 만약 당신이 지금 비극을 겪고 있다면, 그 비극이 진심으로 희극이 되길 바란다. 나는 생이란 그래야 한다고 애타게 믿고 있다'

(201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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