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문장이 아름답다. 조선왕조 실록의 단 한 구절을 모티브 삼아 '사람이 있는 곳에는 사랑도 있다' 는 마음으로 글을 써내려갔다. 단순한 역사의 재구성이 아니라, 지고지순한 사랑과, 현실의 벽과, 죽음도 뛰어넘는 굳건함이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조선시대라는 배경에도, 실존주의의 향기가 짙다. 주인공들은 계속해서 멈추지 않을 열정의 궁극으로 치닫고, 후회하지 않는다. 마지막 장의 사형장 모습에서 까뮈의 이방인을 떠올리게 되는 건 자연스럽다.
책장을 넘길수록 문장의 향기가 사사롭지 않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묘사가 확실한 색깔을 가지고 있고 바람 한 줄기 나무 한 그루마저 애처롭고 처연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굉장히, 멋있다.
김별아는 매번 이렇게 슬픈 사랑의 여주인공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미실'의 역할은 고현정이 잡아냈지만 '불의 꽃'이 극화된다면 그녀보단 더 우수어린 눈동자를 가진 배우가 맡았으면 한다.
소설의 제목 '불의 꽃' 은 늦게 사랑을 알아챈 소꿉친구의 헤어짐을 앞둔 첫 키스를 은유.
(20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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