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책을 안 읽는 사람은 자기 생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려는 건 아니겠죠?"
"정확하게 그 말을 하려는 겁니다. 자신의 삶을 사랑한다면, 그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다 알아내려고 애쓸 겁니다"
'문학의 행복은 가장 나약한 자들이 벌이는 가장 치열하고 위험한 싸움에서 비롯되는 행복이다'
'소설과 사회학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러나 소설이 사람사는 모습을 이야기로 만들어 구체적으로 뵤사한다면, 사회학은 사회적 삶의 모습을 분석하여 이론화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 책에 실린 100여명의 작가, 평론가들의 '독서하는 이유' 는 위와 같다.
'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 은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110여권의 세계문학전집을 대상으로 작가-평론가 등에게 서평을 청탁해 모은 책인데,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로쟈 이현우가 읽은 '안나 카레니나' 부터, 하성란이 읽은 스탕달의 '적과 흑' 성석제가 읽은 셰익스피어, 박민규의 '톰 소여의 모험' 서평까지 다양한 나라의 수많은 작품 중 이 작가들이 소위 '꽃힌' 책들을 자신만의 언어로,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또 다른 읽는 재미는, 같은 책을 선택한 작가들이 여럿 있었다는 것인데, 가령 황석영과 김연수는 동시에 르 클레지오의 '황금물고기' 를 선택한 것이다. 여기에서 황석영은 본인과 르 클레지오, 오에 겐자부로의 인연을 소개하며 동년배의 작가들과 자신의 소설 속 세계관이 이어져 있음을 설파하는데 (은근히 함께 언급한 두 명의 대문호들처럼 자신도 노벨문학상 수상 자격이 있다고 하는 것일지 ㅎㅎ) 김연수는 미래의 가상인물과 이 책에 대해 대화하는 형식으로 아름다운 소설 속의 내용을 편지처럼 풀어냈다.
또한 한국 최고의 글쟁이들의 향연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겠다. 최고의 문장, 최고의 표현들이 가득하다. 서평을 쓰는 방식도 또다른 소설, 시, 헌사, 편지, 체험담 등 다양해서 질리지도 않는다.
책 가격은 어떤 측면에서는 굉장히 놀라운 8천 800원인데, 아마 이 책을 제대로 읽은 사람들은 소설책을 사 보게 되지 않을까 판단한 문학동네 편집자의 센스 아닐까 싶다. 그러고보니, 어라? 이미 yes24 카트에 30만원 어치 책들이 쌓여있네? 내년에 주문해야지.. ㅜㅠ 윌리엄 포크너, 존 업다이크, 엘프리데 옐리네크, 토마스 베른하르트, 애니타 브루크너, 헤밍웨이, 아니 에르노, 빅토르 펠레빈이 기다려진다.
'소설 > 기타언어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서진 사월' 이스마일 카다레 (0) | 2013.12.23 |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0) | 2013.12.23 |
'순례자' 파울로 코엘료 (0) | 2013.12.23 |
'곰스크로 가는 기차' 프리츠 오르트만 (0) | 2013.12.23 |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토머스 만 (0) | 2013.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