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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 김경집 인문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현대 한국 기독교의 현실. 카톨릭 신자인 저자는 성경적인 것이 무엇인지, 한국에서 기독교가 이렇게 비판받으면서도 내부적으론 비판을 허용치 않는 철옹성이 된 이유를 두고 인문학적인 고찰을 시도한다. 저자의 한국 교회 비판은 역시 '전도 위주의 교리관' 에 먼저 집중하는데, 교회의 역할이 단순한 전도의 열정을 발산하는 게 아니라 사랑의 실천에 있다는 진리를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굉장히 공감가는 부분인데, 한국 교회 대부분이 성장에 촛점을 맞추고, 단순히 '믿는 것과 안 믿는 것'을 흑백논리처럼 구분해 천국 입장권을 파는 중세교회의 모습과 유사해지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또한 한국 교회가 부유한 자들의 점유가 되고 있으며, 사회적 네트워크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즉 물적인 토.. 더보기
'언어의 배반' 김준형 윤상헌 한동대 김준형 교수 (정치학자) 와 윤상헌 교수 (언어학자) 가 대화의 형식으로 풀어낸 2013년 한국의 언어에 대한 학자적 고찰. 정치와 언어라는 두 가지 이질적 학문의 영역에서 바라보는 사회의 모습이 굉장히 재밌다. 예를 들어 '공정사회' 라는 이명박 정부의 정치 이데올로기가 사실은 공정이라는 언어의 본래적 의미를 퇴색시키고 새로운 의미의 다발을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 이런 지적은 '좌빨' 이나 '국격' 과 같은 단어의 사용을 함께 분석하기도 하며 서슴없는 비판을 쏟아낸다. 그러나 두 학자의 대화는 '평범' '행복' 과 같은 언어의 쓰임새를 찾아내며 사회를 향한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기도 한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책. 독서 스터디 팀을 꾸려 운영한다면 주제북으로 추천하고 픈 책.(2013.12.3) 더보기
'질문의 책' 파블로 네루다 정현종 선생님이 (심심풀이로!) 번역한 네루다의 말년 시집. 죽음이 엄습해 오는 걸 안 네루다는 동심으로 돌아가서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위트있는 질문을 던졌다. 즐거운 회의주의, 혹은 만물에 대한 따뜻하고 즐거운 의문들이 이 大시인의 순수한 마음 속에서 다채롭게 변화해 70여편의 싯구로 옮겨졌다. 수록된 것들 중 가장 인상적인 것 하나만 소개한다.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그는 알까 그리고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왜 우리는 다만 헤어지기 위해 자라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썼을까? 내 어린 시절이 죽었을 때 왜 우리는 둘 다 죽지 않았을까? 만일 내 영혼이 떨어져나간다면 왜 내 해골은 나를 좇는 거지?(2013.1..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