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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는 집' 노은주,임형남 제주에 (언젠가) 집을 짓기로 결심한 이후, 올해 건축에 대한 책도 간간히 찾아 보는데 이 부부 건축가의 책이 단연 최고였다. 이들은 단순히 '의뢰자의 구미에 맞는 집' 이 아닌 '공간철학' 을 담은 집, 사람이 사는 집만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집' 에 대한 고민을 투철하게 하고 있다. 예쁜 집, 독특한 집, 으리으리한 집 보다는, 어떻게 하면 삶,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집을 지을 것인가에 대한 좋은 고민들을 가지고 쓴 책. 단독주택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강추.(2013.11.19) 더보기
'잠복' 마쓰모토 세이초 어느 날 친구와 삼겹살을 뜯다가 소설과 사진에 대해 가벼운 토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서 "넌 어떤 소설을 읽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 너무 재미있어서, 자기 위해서 으레 그렇듯 책 한권을 들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가 세시간 동안 나를 재우지 않고 마지막 장을 넘기게 했다. 이 일본 작가의 추리소설은 거의 6~70년대에 쓰였는데, 지금 보아도 여전히 세련되고 현대적 감각이 있다. 인물을 '죽이고'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도 증거와 알리바이에 너무 집착하는 게 아니라, 사건의 사회적 배경과 인물의 심리적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이끌어 간다. 알지 못했던, 보물을 발견했다. (2013.11.19) 더보기
'물 속의 피아노' 신영배 시집 속지에다 친필 사인을 보내주셔서 이제부터 좋아하기로 함. 이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영상미' 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다른 시집에서도 색채와 공간이 두드러지는 게 많았지만 신영배의 시집에서 느껴지는 것은, 마치 몽환적인 발라드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은 둥글고 어둡고 속도감 있는 색채들이 '물 속에서' 유영하는 것 같은 영상. 그런 신비한 영상미 말이다. 모든 시들이 물과 관련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끊임없는 시인의 'ㄹ' 과 'ㅇ' 에 대한 집착도 신비해 보이고, 계속해서 언어라는 도구로 하강, 상승, 좌우로의 교차, 거리감 있는 돌진적 이미지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시를 읽으면서 동시에 물 속에서도 왜 이리 자유롭지? 라는 착시를 일으키게까지 한다. (2013.11.19)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