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린디합을' 손보미 최근 데뷔한 신예 작가 중 최고. 단편 하나하나가 연결된 세계관 속에서 각자도생하고 있고, 사물 하나하나가 철학적인 의미를 가진 채 때론 상충되고 전복되며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굉장히 정성들여 쓴 소설임을 단숨에 눈치챘다. 다만, 신수정은 평론에서 손보미가 스토리를 만드는 능력을 태생적으로 가진 것 같다고 표현하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촘촘한 플롯 구성에서 강점이 있으나 아직 스토리 자체는 그닥 재미 없다. 기존의 것을 살짝 비틀려고 노력하나 그것마저 어디서 많이 봤던 클리셰 같은 느낌이 든다. 그냥, 한번 만나서 '왜 이런 장치를 썼나' '이건 어떻게 연구한 줄거리인가' 물어보고 싶은 느낌이 강렬하다. 꼭 뭐 미녀 소설가라서 그런건 절대 아니.. 다.(2013.10.16) 더보기 '부서진 사월' 이스마일 카다레 코소보로만 알려진 알바니아, 최근에 맨체스터의 한 어린 축구선수가 알바니아 태생이란 게 알려져서 회자되는 그 발칸의 작은 나라. 그러나 이스마일 카다레를 빼 놓고서는 알바니아를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스마일 카다레의 작품을 읽으면 -시즌이 시즌이니만큼- 아직 이 대작가도 못 받은 노벨상을 어떻게 고은 시인이 받을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조금 무례하지만 떠오르는 걸, 어쩔 수 없다. 신비한 고원의 세계.. 손님에 대한 존경과, 가족의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고원의 사람들에게 주어진 관습법에는 피의 복수라는 처절하고 잔혹한 운명이 달려 있다. 카다레는 알바니아 사람들의 심연에 가득한 '자신과 무관한 피의 복수' 라는 '한' 을 '구전문학'의 전통이 남아있는 나라답게 (그리스 방랑시인들을 연상케 하지 않는.. 더보기 '밤이 지나간다' 편혜영 편혜영의 글을 좋아하지만 가끔 굉장히 불편한 이유는, 많은 글들이 독자를 지배하려고 하는 의도를 강하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대화 장면을 제외하고는 너무 단정적인 공간과 사건의 설정들이 거슬리는 것 같기도 하다. 때문에 여백이 없이 꽉꽉 막힌 플롯이 독자에게 추리의 여지를 전혀 주지 않으며, 브레이크가 빠진 기차처럼 편혜영 특유의 음울하고 축축한 터널같은 세계 속으로 흡입시키려고 한다. 물론 그것이 매력이긴 하지만, 너무나 강한 캐릭터, 이를테면 '완벽하게 여지없이 불완전한' 인물의 등장, 그리고 그 인물의 내면을 계속 파먹는 스토리의 전개에서 알 수 없는 위화감과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작가의 의도였다면 완벽하게 성공했다.(2013.10.9) 더보기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5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