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궁' 박향 세계문학상 수상작. 낡은 모텔이라는 '사람은 유동적이지만, 장소는 고정적인' 불안한 공간(그러나 어쩌면 꽤 진부한 소재인) 을 중심으로 하며 이 공간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고 어떻게 진화되며 어떻게 스러지는지 슬프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서사를 구성한 소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무언가를 버리거나 (아이, 사랑, 돈, 가족 등..) 스스로 버림 받는 이들인데, 모텔이라는 공간은 그 '버림'의 상처가 '은밀한 관계' 라는 일탈적 '채움' 으로 보상받는 곳이다. 그리고 그 불완전한 채움 속에서 각각의 캐릭터들은 또 다른 '버림'을 통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끝없는 악순환의 과정을 지내게 된다. 그러나 결국 용서라는 과정을 통해 버려진 이들은 스스로 '채움'을 획득하게 되고 소설은 나.. 더보기 '여자, 성서 밖으로 나오다' 김호경 기독교 교리 서적 탐구도 꽤 즐거운 일인데, 나름 다른 이들이 잘 하지 않는 독서의 분야라는 특이성도 마음에 들고, 기독교 신앙이라는 나를 지탱해 온 삶의 방식을 다시 한번 공부한다는 생각도 있어 그러하다. 이 책은 '여성신학' 이라고 흔히 불리는 성서연구에서의 페미니즘 도입론을 쉽게 풀어낸 책인데, 한국 여성의 현실적 사회참여 한계와, 고착화된 차별의 근원을 국내 남성 신학계가 성서를 담보삼아 휘두르는 권력에서 찾고, 그 허구성을 파헤치고 있다. 또한 성서 속 여성들이 어떻게 신과 소통하고 신의 뜻을 해석하는지 통시적으로 분석하며 현대 기독교 여성이 가져야 할 신앙의 중심을 조명해 주고 있다. 여성들보다는 남성 기독교인들이 읽어야 할 책. 페미니즘이란 단어에 경기부터 보이는 남성 기독교인들이 읽어야 할.. 더보기 '1984년' 조지 오웰 이언 매큐언 덕에 현대 영미권 문학에 관심이 생겨서 조지 오웰 부터 다시 읽기로 했다. 이 디스토피아를 접하며 느낀 것은 너무나 정교하게 잔인한 세상이 형태만 다를뿐 지금 그대로 구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또한 정치학적으로, 철학적으로 읽어도 아주 만족스러울 것이고, 연애소설로 읽어도 꽤 섹시하다는 것. 다만 냉정하고 찝찝한 결말을 스스로 회복하기 위해 마지막 장을 넘기고는 바로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를 집어들었다.(2013.8.21) 더보기 이전 1 ··· 24 25 26 27 28 29 30 ··· 5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