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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위로' 이해인 시집 절필한 고종석이,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이야기 하며 '다른 작가의 소설은 안 읽지만 시집은 많이 읽는다. 시에 들어있는 함축적 언어표현은 글을 풍성하게 하는 최선의 독서를 가능케 한다' 고 했었는데 (정확한 워딩은 아닐 듯) 사실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은 그런 고종석式 방법론에 맞는 '정제된 언어, 함축된 언어의 미학, 아름다운 표현' 과는 조금 거리가 먼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계속 찾고, 읽고 곱씹는 이유는 아마도 그녀의 시가 가지고 있는 공시대의 불안과 어지러움에 대한 치유의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의 따뜻한 어루만짐처럼, 쉽게 읽히고 (아주 어렵게 쓰인 시라는 걸 잘 알지만 원래 쉽게 쓰인 시는 읽히기에 어렵지 않은가.) 쉽게 각인되고 쉽게 빠져드는 이 시들을.. 더보기
'음악가의 생활사' 니시하라 미노루 80년대에 1쇄가 나온 이 책은, 어쩌면 '음악사' 의 외전 시초에 가까운 책인데 나름 레전드로 인정받아야 할 것 같다. 17~19세기 음악가들이 써낸 악보와 서신, 문학자료, 공연자료들을 광범위하게 분석하고 재밌게 써낸 책. (일본 작가들이 이런 책은 참 잘 만든다) 베토벤이 저작권과 관련해서 얼마나 열받았었는지, 그리고 스스로도 귀족들을 엿 먹이는 짓을 얼마나 했었는지 (한 작품을 세명에게 헌정해서 돈을 뜯어냈..) 모차르트가 왜 귀족 한 명만 두고 연주회를 열었어야 했는지 (인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당시의 공연 예약 시스템 때문이었다) 베를리오즈가 왜 신문 평론에서 다른 음악가들을 가열차게 씹어야 했는지 (먹고살기 위해서.. 생계형 어그로꾼이었음) 슈만과 리스트가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는.. 더보기
'만짐의 시간' 조연정 평론가 조연정이 지난 몇 년간 나온 한국 소설에 대해 쓴 평론들을 모아 놓은 책. (드디어 문학평론가지 내가 탐을 내고 있다니!) 사실 아직 다 읽은 것은 아니고, 최근 읽은 소설들에 대한 평론을 찾아보다가 이 책을 만나게 되었고 계속해서 작품을 만난 후에 이 책에 실린 평론을 읽는 단계를 거칠 예정. 특히 김연수, 김영하, 정이현 등 2000년대 이후 가장 핫한 작가들에 대한 평론이 눈에 띄는데, 내가 느낀 소설의 의도와 방향에 대해 동일한 진단을 하는 문장들을 읽을 때 나름의 희열을 느기게 된다. 비판에도 주저 없고, 칭찬은 인색하지만 소설에 대한 열정적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정성스런 문장들이 미소짓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이 '만짐의 시간' 이라는 달콤한 제목을 달게 된 것일까.) 한국 문학 평론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