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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동물원' 강태식 작년 한겨레문학상 수상 장편. 정리해고 당한 주인공은 마늘을 까고 인형눈을 붙이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다가 동물원에 일자리를 얻는다. 그런데 동물원에서 하는 일은 고릴라 옷을 입고 진짜 고릴라가 되는 것이었는데..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니다. 인간이 고릴라가 되는 설정이 아니라, '고릴라의 탈을 쓴 인간' 이라는 단도직입적이면서 동시에 풍자적인 방식을 채택해 현대 한국사회의 잔혹성과 비인간성을 드러내려고 시도한다. 소설 속에는 9급공무원, 고시생, 구조조정, 정리해고, 최저임금, 차상위계층, 탈북자 등 다양한 계층의 일상과 삶이 녹여져 있다. 자본주의 뿐 아니라 사회체제의 허술한 부분과, 삶의 씁쓸함/허무함을 멋지게 풍자한 소설. 다만 마무리가 아쉽다. 작가는 언젠가부터 희망을 주는 소설을 쓰고 싶었.. 더보기
'서쪽 숲에 갔다' 편혜영 좋아하는 소설가 편혜영의 두 번째 장편. 국토의 서쪽 끝마을 산촌에서 불법 벌목을 하는 남자 넷은 숲을 통제하기 위해 산림관리원을 고용한다. 어느 날, 그 산림관리원은 사라지고 그를 찾으러 온 변호사 동생은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다. 남은 남자들. 이발소, 술집, 서점 주인의 관계와 과거가 밝혀지는데.. 3장으로 이뤄진 이 소설은, 추리소설 같지만 다 읽고나면 존재의 반복성, 주체의 발견과 같은. 심오한 철학적 질문들이 난립하는 텍스트가 되어 있다. 소설의 주제의식이 잘 드러난다기 보다는, 작각 소설 속 개개 인물들의 캐릭터를 가지고 실험을 하는 듯하다. 철학소설에 가깝게 보인다. 소설의 전개방식과 공간의 구성은 매우 촘촘하고 세밀하다. 그러나 과도한 상징의 사용은 '평론가용 소설' 이라 칭할 수 밖에 .. 더보기
정이현 장편 세권에 대한 이야기 정이현 장편 세권에 대한 이야기. (알랭 드 보통과 쓴 '연인들'은 제외. 보통과 비견되면 정이현이 너무 보통작가처럼 보일까봐.) 1. 달콤한 나의 도시 일단, 드라마 안 보길 잘했다 생각하면서 시작. (그러나 지현우와 이선균은 나이스 캐스팅. 최강희는 미스 캐스팅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나이가 서른 하나,둘 이므로, 2005년의 소설을 8년쯤 묵혀놨다 지금 읽는 게 적절하다는 생각도. 그래야 서른둘, 2013년의 나도 주인공이 될 수 있을터니. 소설은, 발랄하고 현대적인 문체 속에 숨겨진 씁쓸함이 짙고. 문장 속에 가득한 도시인의 허무함. 속물의 한계를 체감하는 절망이 존재하였다. # 그럼에도 몇 개의 소소하게 빵 터지는 구절 "여자들은 왜 연애 초기만 지나면 다 마누라처럼 구는거지? 이거 해라, 저거.. 더보기